박기형

인수봉 고독길 암벽등반

인수봉 고독길 암벽등반

박기형 2020.9.19.

9월19일 고독길로 인수를 올랐다. 나에겐 감회가 새롭다. 어렵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 몸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서였다.

그러니까 작년 9월 아주 마음을 굳세게 먹고 츠루기다케 북방 능선을 다녀오면서 산장에서 작은 실수로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모서리를 걷어찬 왼쪽 새끼 발가락이 서울와 병원가니 부러졌다고 X ray에 나왔다. 그런줄 모르고 코오스가 험하다고만 생각해서 무척 힘이 들었었다. 그 후유증으로 지난 가을 도통 암벽도 워킹도 할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올해엔 제대로 암벽을 하려고 마음먹었었다.

2월 26일 4명이 모여 고독길로 인수를 올랐다.
이날은 거의 맑았지만 전날 내린 비가 인수봉엔 잔설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거의 1 년만에 오르는 등반이었다.

나에게 선등의 기회가 왔고 물기가 어린 바위는 조심스러웠다. 시간이 다소 걸렸으나 무사히 선등을 마쳤다. 그러나 그 도중에서 일행이 미끄러운 눈길에서 발목을 겹질렀고 중간에 하강하느냐 계속 오르느냐로 잠시 옥신각신하였다.

그게 이유는 아니었고 등반 속도가 느려 어쨋든 우리는 4시가 되어서야 정상에 올랐다.

겨울 낮은 짧았고 서둘러 하산을 시도하였지만 해는 6시가 되기 전에 저물었고 헤드램프를 아무도 소지하지 않은 우리는 더디게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지면이 보이지 않아 무릎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다음날 무릎이 몹시 아팠고 다음 청계산행에서도 남과같이 내려오지 못해 일행을 기다리게 하는 민폐를 끼쳤고 할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대답은 뻔했다. 꼼짝말고 쉬어라. 산에 가지 말라. 그러나 나에게 그것은 해답이 아니었다.

나는 나름대로 운동치료에서 답을 찾았고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에서 거금77만원을 들여 PT (personal training)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전혀 차도가 없었고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 MRI를 찍어 보았다. 50만원을 들여서...

진단 결과는 나의 무릎 연골이 무척 얇아졌다는 것이다. 42회 선배를 비롯해 무릎에 유명한 여러 분들의 高見(고견)을 들었다.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서울대 정선근 박사를 만나 MRI사진을 보여드렸다. 그분에게서 나는 원하는 답을 들었다. 당분간 쉬어라. 서서히 무릎 스트레칭을 해라. 대퇴사두근 운동이 중요하다. leg abduction과 leg pression을 해라 . Squat는 60도 각도 이내에서만 해라. 하루에 30분 정도만 걸어라. 더 걸어서는 안된다. 3개월은 그렇게 해야 한다. 그 뒤에 강도를 높이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통증이 오면 바로 중지하고 강도를 낮추어야 한다.

나는 PT 강사와 함께 이를 따르도록 하였다. 9월의 기념등반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조금 진도를 빨리했다.

얼마후 한강 강변을 12km를 두 번 걸었고 남산을 두 번 돌았다. 괜찮은 것 같았다. 청계산에 오랜만에 갔다. 괜찮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용석 동문과 청계산 야영을 천천히 올랐다. 15kg을 지고... 괜찮았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 야영장소에서 내려와 일행들과 함께 산을 올랐고 “번지없는 주막” 쉼터에서 내려왔다. 다음날인 9월 14일 내 무릎은 시큰거렸다. 이는 무리였던 것이다.

인수봉 등반은 바로 그 주 토요일 예정이었다. 의사의 지시대로라면 나는 인수를 가지 말아야 했다. 화요일, 수요일이 되어도 무릎은 시큰거렸다. 다른 전문가가 무릎 테이핑을 권하였고 좋다는 것은 다 따르기로 했다. 그리곤 가기로 결심했다. 다만 아주 천천히 가기로 !

9월19일 토요일 아침 5시반에 기상하여 출발. 도선사 주차장에서 7시 홀로 산행을 시작하다.

평소 하루재까지는 20-25분 걸리는데 30분에 걸쳐 오르다. 다시 한숨 두르고 고독길 출발점까지 50분에 걸쳐 오르다. 이도 평소보다 10여분 천천히 오른 것이다.

이날 이 등반을 기획한 분은 비둘기길로 7명 고독길로 5명오를 예정이었고 고독길은 9시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나는 8시20분에 도착하여 9시반까지 기다리다.

중간에 젊은 이들이 셋 등반을 시작한다. 고려대 산악회 재학생이란다. 내가 사대 70 학번이랬더니 자기네 70학번은 지금 등반하는 선배는 없으시다고 한다. 자기 아버지가 산악회원은 아니지만 법대 70학번이란다.

우리는 4명이 모였다. 한명이 비둘기길로 바꿨다한다. 그렇다면 한결 편안하다. 내가 先登(선등)서기로 부탁하다. 다만 belay(뒷줄 확보)를 철저히 봐줄 것을 요청하면서... 나는 전에도 3pitch에서 한번 slip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때 belay가 재빨리 확보를 하여 소위 바닥을 치지 않고 공중에 매달려 전혀 다치지 않았었다.

이 코오스는 인수봉 등반에서 제일 쉬운 코오스이다. 짧은 6pitch 코오스로 이루어져 있고 나는 그동안 스무번도 더 올랐었다. 그래서 길을 다 외울 정도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등반을 해 나아갔고 밑에서 가끔 조언을 해 주었다.

어떤 때에는 밑에서 말하는 것이 정신집중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3pitch에서 다시 slip을 먹다. 여기는 도중에 lay back자세로 오르다 자세를 바꾸어 crack자세로 올라야하는데 자세를 바꾸면서 balance를 잃고 추락한 것이다.

다행히 belay가 바짝 확보를 해주었고 내가 오르면서 설치한 cam nut가 작동하여 공중에 매달렸다. 나는 바로 다시 올랐다. 힘이 빠지기전에 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힘이 빠지고 못 올라가면 도중에 내려오면 그야말로 망신이다.

이 코오스의 마지막이 영자 크랙이다. 젊은 친구들은 왜 이 크랙이름이 영자 크랙인줄 사연을 모른다. 내가설명을 해주다. 과거 70년대 초에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최 인호씨의 소설이 있었고 그 주인공인 영자의 性器(성기)를 빗대어 이름을 붙인 것이다 라고.

그때엔 이 crack이 각도가 서 있는데다가 아주 좁아 딛고 균형잡고 서기가 까다로왔다. 근데 언젠가 누군가가 이를 훼손하여 넓게 파 놓았고 bolt도 하나 설치하여 나같은 실력이 없는 친구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이야말로 자연을 훼손한 것이고 절대 해서는 안되는 짓거리이다. 그 위 참기름 바위도 누군가가 발 디딜 자리를 파 놓았다. 나쁜 사람이다. 아마도 동계등반을 연습하던 사람이 한 짓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아이거 북벽 등을 연습하는 사람들이 이 코오스를 훈련코오스로 택한다는 말을 들었고 그들은 뭉툭한 동계신발에 crampon을 장착하고 오르려니 아무리 pickel이 있어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 기쁨을 즐기다. 증명사진을 찍으려 보니 건너편 백운대엔 빽빽이 사람들이 올라와 있다. 비둘기코오스는 참여 인원이 많아 1시반이 넘어서야 모두 모였다. 우이동에 한발 한발 하산하니 4시반이 넘었다.

무릎이 아프다.

과연 인수를 고독길이라도 또 오를 수 있을까? 오르고 싶어 한다면 이는 過慾(과욕)일까? 우리는 限界(한계)안에 머물러야하나? 아니면 挑戰(도전)해야 하나? 이제는 追憶(추억)속에서 살아야 하나? 추억을 더 만들면 안될까?

2020-09-26 21:44:11 / 112.214.16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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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달 끈임없는 도전 정신에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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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 위험만 피해라. 어차피 몸은 닳고 낡는다.

고호 할수 있을때 까지 해야 ........그건강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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