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龍樵夫

수성동(水聲洞)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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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글이 이 樵夫의 블로그에도 있으니 사진을 다 보려면 아래 주소를 눌러 그리로 가도록. http://blog.daum.net/robustus/16887636 ===================== 수성동(水聲洞) 답사기 ===================== 수성동(水聲洞)이 복원되었다 길래 다녀왔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 주책없이 빨빨거리고 다니다 하마터면 더워 먹고 쓰러질 뻔 했다. 각설(却說)하고, =================== 수성동(水聲洞) ================== ‘수성동’이라는 법정이나 행정동 이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옥인동-그 중 옥인아파트 있던 자리가 수성동 인데, 옥인아파트는 1960년대 말 김현옥 시장 시절 건립한 시영 아파트고, 수성동 복원’이란 그 아파트를 헐고 거기에 풀과 나무를 심은 것을 말한다. ===================================== 겸재 정선(謙齋鄭敾 : 1676-1759) ======================================= 겸재(謙齋)의 그림 중 ‘수성동(水聲洞)’이라고 붙은 것이 있다. 겸재는 인왕산 밑에 살면서 그 산과 계곡의 여러 풍경을 그렸으며, 그 중 가장 유명하기로는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다. 나 학교 다닐 때는 한국미술사 분야는 거의 황무지였다. 그림도 남아 있지 않은 솔거, 담징 같은 이름만 괜히 외울 뿐, 겸재(謙齋)니 진경(眞景) 산수니 하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따라서 인왕제색도 같은 그림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요즈음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모양이다.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같지는 않지만,‘수성동(水聲洞)’도 꽤 유명하다. =========== 답사(踏査) ========== 수성동 답사는 차 타고 횡 가기 보다 전철 경복궁 역에서 내려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살피는 편이 좋다. 다해 봐야 1km 남짓이다. ============ 금청교 시장 ============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첫 번째 골목이 금청교 시장인데, 근처에 금천교(錦川橋), 금청교(禁淸橋), 또는 금교(禁橋)라는 다리가 있었다. 사진: 금청교 옛 사진. 아치형으로 꽤 근사한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였다. 돌다리가 있었으니, 현재 자하문로 아래는 옛날 물길이다. 그 물길이 1928년 복개되며 다리가 다 없어졌는데, 복개를 뜯어 내면 혹시 옛 다리 흔적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물은 금청교를 지나 금청교 시장 대각선 방향-종교교회 쪽으로 흘러 갔다. 사진: 경복궁역 2번출구 금청교 시장 앞에서 바라 본 종교교회 방향 종교교회의 종교는 宗敎가 아니라 종교(琮橋), 예배당 생길 때 그 앞에 있던 종침교(琮沈橋)란 다리 이름을 딴 것이다. ============== 우리은행 앞 ============== 금청교 시장에서 자하문로를 따라 200 m 걸으면 왼편에 ‘우리은행’이 나온다. 사진: 우리은행 앞 오른 편 널찍한 길은 ‘자하문로’고, 왼편 골목이 수성동 가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은 복개되어 볼 수 없지만, 우리은행 앞은 두 물-창의문에서 백운동을 거쳐 내려 온 물과 옥류동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수(合水)하는 지점이다. 사진: 수선전도 중 경복궁 서쪽 부분 수선전도 위쪽에 창의문이 있고 그 아래 물길이 그려 져 있다. 도성 안 모든 골짜기 물이 결국 다 청계천으로 들어 오지만, 옛날 사람들은 창의문 아래 백운동 물이 청계천의 본류라고 생각했다. 2005 년 창의문 부근에서 말라 붙은 샘을 하나 찾았는데, 그 샘을 조상들이 생각하던 청계천 발원지로 간주하여, 창의문 최규식 경무관 동상 옆에 ‘청계천 발원지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사진: 창의문 아래 청계천 발원지 표지석 다시 지도로 돌아가 물은 백운동(白雲洞, 자하문터널 일대)에서, 청풍계(淸風溪, 청운초교 옆, 청풍계와 백운동을 합쳐 청운동이 되었다), 신교(新橋, 청운동 파출소 앞), 자수교(慈壽橋: 자교교회 앞)을 차례로 지난다. 한편 인왕산 밑에서 물길이 또 하나 나오는데 옆에 옥류동(玉流洞)이라고 쓰여 있다. 지금 옥인동은 옥류동과 인왕곡을 합친 이름이다. 백운동 물이 옥류동 물을 합치는 곳이 우리은행 앞이고, 찾아가는 수성동-옥인아파트는 인왕산-옥류동(玉流洞) 물길의 시작점이다. 우리은행에서 인왕산 밑 수성동까지 가는 길은 길 그 자체도 꽤 재미 있다. 우리은행도 신정아가 대여금고에 뭘 뒀다고 매스컴에 한참 오르내렸으니, 세월이 지나면 역사 유적이 될지 모르는 노릇이고, 은행 안쪽이 또 옛날 이상(李箱)의 집터다. 이상(李箱)은 필운동 배화여고 아래 쪽에 있던 신명소학교에 다녔다. 수성동 가는 길은 그래도 넓지만, 그 옆 잔가지 골목들은 배화여고 밑까지 아주 좁은데 한옥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 골목에서 이상(李箱)이 놀기도 하고 학교도 가고 그랬을 텐데, 다녀 보면 아 이래서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따위 소리가 나왔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진: 누하동 어느 골목. 막다른 골목도 있을 것이고, 애들이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피마골도 때려 부술 정도로, 아주 가까운 시절 흔적조차 별로 남아 있지 않지만, 우리은행-수성동 길에는 1950/ 60년대 느낌 나는 곳이 더러 있다. 기와집 벽을 헐고 유리 쇼윈도를 만든 가게라던가, 흰 타이루 바른 중국집 등. 요즘 중국집은 죄 아파트 상가에 들어가 있지만, 전에는 저렇게 생겼다. 1층엔 홀, 주방에선 되놈이(옛날 중국집은 진짜 중국인이 했다) 면(麵)을 치고, 2층 칸막이 방안에서 고삐리들이 배갈 독구리 시켜 놓고는, 물 탔나 본다고 불 붙이는 시건방을 떨던 시절이 생각난다. 다섯 갈래 길, 그러니 옛날엔 꽤 번화했을 곳을 지나면 오른 편에 ‘박노수’ 가옥이 나오는데, 그것도 문화재다. 집 앞에 있는 해설판에 박노수 가(家) 정원 안쪽에 송석원(松石園) 글씨 새겨 진 바위가 있었다고 쓰여 있다. ============================== 송석원(松石園) 각서(刻書)? ============================= 사진 : 이인문(李寅文)의 ‘옥계(玉溪)’ 송석원(松石園) 글씨가 있는 바위 아래 선비들이 모여 시를 짓고 있다. 냇물은 그림 아래 중간에서 둘이 합쳐 지니, 그림의 시점은 우리은행 앞이다. 옥인동 일대는 조선 후기 위항(委巷) 문학의 본거지였다. 송석원 각서(刻書) 바위는 박노수 가(家)에서 가까운데는 분명하지만, 내 알기로는 딴 집 정원인데, 해설판에 박노수 가(家)라고 하니 약간 의외다. 그러나 저러나 저 바위 글씨가 그냥 사라지기도 힘들 텐데 어디로 갔는지? 어디 있었다고 아는 척 하는 사람은 꽤 되는데, 정작 지금 어디 있는지? 똑바로 아는 사람은 없다. 박노수 가(家)를 지나면서 오르막이 급해 지고 옥인 제일교회와 마을버스 종점, 그 끝으로 인왕산 암봉이 나타난다. 사진: 옥인 제일 교회앞. 2006년 같은 지점에서 찍어둔 사진이 있으니 비교하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사진: 2006년 6월 옥인제일교회앞. 뒤에 보이던 아파트들이 지금은 다 헐려 없어지고 공원이 되었다. =================== 기린교(麒麟橋) =================== 사진: 수성동 복원 현장. 신문에 난 사진과 같은 앵글이다. ‘디카’니 필름 값 걱정 없이 눌러 댔지만, 제일 괜찮은 것은 신문 카메라맨 따라 찍은 구도다. 역시 프로가 괜히 밥 먹고 있는 것은 아닌 듯. 그런데 사진 아래 쪽 돌다리가 기린교(麒麟橋)다. 2008년 3월 수성동을 복원한다는 이야기가 무성할 때 어느 분이 옥인아파트 내에서 저 기린교를 찾아 냈다. 사진: 어느 분 블로그에 있는 옥인아파트 시절 기린교. (허락을 받지 않아 어느 분인지 밝히지는 못한다.) 2 저 다리 나도 2006년 옥류동 물길 답사하러 갔을 때 봤지만, ‘기린교’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 하다가, 그분 블로그 보고 깨달았다. 사진: ‘서울 600년’에 올라 있는 기린교.(김영상 촬영) 앉아 있는 아이가 내 학교 후배니, 대략 1950년대 후반 사진이다. 저 다리-기린교는 옥인아파트 공사하면서 없어진 줄 알았는데 위에 철제 난간과 흙이 덮여 있어 그렇지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복개한 개천들 걷어 내면 옛날 다리가 꽤 나올지 모르겠다. 사진: 기린교. 김영상씨 기린교와 같은 구도로 찍으려 했는데, 놓고 비교하니 다르다. 저 기린교가 왜 화제가 되느냐 하면, 겸재(謙齋) 그림 ‘수성동(水聲洞)’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림: 수성동(水聲洞), 영조 27년(1751), 종이에 엷은 채색, 29.5 x 33.7cm, 장동팔경첩, 간송미술관 소장. 29. 5x 33.7 cm 니 작은 그림이다. 그림도 좋지만 그림 좋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니다. 그림에 대한 ‘구라’를 화려하게 쳐 줄 필요가 있는데 어느 면에서는 이쪽-구라 쪽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제 최완수 씨 ‘겸재의 한양진경’ 중 수성동 글 중 일부를 인용한다.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효령대군이 이 집을 평생 유지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겸재 시절에는 벌써 이 터가 그대로 공터가 돼 버린 것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 곳을 선비 세 사람이 유상(遊賞)하러 나와 있다. 동자 하나를 데리고 나온 일행 중 앞장선 이가 행중의 존장인 듯 긴 지팡이를 짚고 무언가를 얘기해 주는 것 같다. 혹시 비해당 구기의 해묵은 유래를 들려주는 지도 모르겠다. 뒤따르는 두 선비는 문생이거나 자제인 듯 공수(拱手)하여 근청(謹聽)하고 있다. 겸재 스스로가 두 자제를 대동하고 올랐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여름인 듯 바위와 숲이 습윤(濕潤)한 기색을 띠고 울창한 기운이 화면에 가득하다. 대담한 묵법(墨法)과 통쾌한 운필로 난타(亂打)한 듯 분방한 화법이나, 수성동 분위기는 오히려 이로 인해 더욱 살아나는 것 같다. 운운 …..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유상(遊賞), 습윤(濕潤), 공수(拱手)는 각각 ‘놀러 나오다’ ‘물기를 머금고’ ‘손을 모으고’ 라고 해도 될 텐데 굳이 문자 쓴다. 이건 일례고 글 전체가 이러니 한자 모르는 세대는 마치 암호 읽는 기분일 것이다. 또 마무리는 추사 김정희가 수성동에서 차운(次韻)한 시(詩)인데, 그 어려운(?) 한시(漢詩) 최완수 씨나 알지 누가 아나? 다른 사람이 그러면 웃긴다 그러겠지만, 겸재 그림에 대한 구라는 또 이런 식으로 쳐(?) 줘야, 제대로 맛이 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겸재의 ‘수성동’ 중 선비 넷이 서 있는 아래 쪽 돌다리가 기린교(麒麟橋)인데, 그걸 50년대 말 김영상 씨가 찍어 두었고, 옥인 아파트 세울 때 없어 진 줄 알았다가 다시 찾아내 복원한 것이다. 돌다리-기린교 위쪽을 보면 두 갈래 물길이 합쳐 지는데 지금 복원한 기린교 위로 올라가면 그런 지점이 나온다. 사진: 수성동-옛 옥인 아파트 끝에서 두 물이 합치고 있다. ================= 비해당(匪懈堂) ================ 내가 글을 쓴 바 있던 부암동 무계정사(武溪精舍)는 안평대군의 ‘별장’이고, 수성동 그림의 기린교 옆 선비들이 서 있는 곳은 옛 비해당(匪懈堂), 안평대군의 ‘본집’ 터라는 것이다. (*)무계정사는 대군이 꿈에서 무릉도원을 보고 지은 별장으로 안견 ‘몽유도원도’의 무대이기도 하다. 비해(匪懈)-아닐 비(匪) 게으를 해(懈)-게으르지 말라는 당호(堂號)는 대군의 아버지 세종대왕이 직접 지어 주었다고 한다. 무엇에 게으르지 말라는 뜻이냐 하면 숙야비해 이사일인 (夙夜匪懈以事一人)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게으름 없이 (임금) 한 분만을 섬기네. 시경 증민(蒸民) 편에 나오는 구절로, 형님-문종(文宗)을 섬기기를 게으름 없이 지성으로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당호(堂號)에 담긴 뜻이야 어찌되었든, 금지옥엽(金枝玉葉)-왕자의 몸에 시서화 또한 당대 제일이던 안평대군에게 어울리게 저택이 빼어났다고 한다. 그 비해당(匪懈堂) 위치가 수성동(水聲洞) 기린교(麒麟橋) 부근이며 그림 중 돌다리 바로 건너편을 지목하는데…… 수성동 복원 현장을 가 보면 알겠지만, 지금 기린교 다리 옆은 왼쪽이던 오른 쪽이던 너무 가팔라 대저택이 들어설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옥인 아파트야 어거지로 비탈에 축대 쌓고 바위에 콘크리트 기둥 박아 가며 세웠지만, 안평대군이 집을 그런 식으로 지었을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겸재 그림 수성동에는 기린교 오른 쪽이 꽤 평평하지만 옛날 그림을 꼭 원근법에 맞추어 사실적으로 해석할 일은 아닌 것 같고, 또는 지금 복원한 돌다리가 꼭 옛날 그 기린교 일 필요는 없지 않나 한다. 왜냐하면 그런 돌다리는 수성동-옥류동 물길이 흘러가는 골짜기 곳곳에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여튼 내 생각에 안평대군 비해당이 들어설 만한 곳을 찾는다면, 지금 돌다리에서 적어도 100 여 미터 아래로 내려와야 할 것 같다. 사진: 수성동 안내판-겸재의 수성동 그림이 들어 있다. 해설 중 비해당 부분은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듯. 어쨌던 수성동 주변이 깨끗이 정비되었다. 그렇다고 옛 옥인아파트 때 아주 형편 없었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위 사진은 내가 2006년 6월 옥류동 물길 조사할 때 찍은 것인데 옥인 아파트는 그 나름대로 사람 냄새가 났고, 단지 안으로 바위 계곡이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희한한 곳이었다. 아파트 값은 알아보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쌌을 테니, 시내에서 가깝고 환경도 쓸 만한 이런 곳에 은퇴하면 와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위 사진은 지금 수성동 모습. 저렇게 만들기까지 돈을 엄청 썼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진: 2006년에 찍은 옥인아파트 입구에 있는 물길 복개 시작점. 이상이며 이 글에서 이야기한 답사 코스를 구글로 본 지도 붙인다.
	2012-07-27 15:29:51 / 222.107.95.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