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龍樵夫

공자(孔子)가 우리 민족?

	요즘 한문(漢文) 배우러 다닌다. 강사는 모 대학에-교수인지 강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출강한다는데, 논어(論語)의 서론격으로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 읽다가 공자의 선조가 송(宋)나라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필이 꽂히는지 갑자기 다음과 같이 일대 열변(熱辯)을 토한다.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송(宋)은 곧 은(殷)이고, 은(殷)은 동이(東夷)다. (동이는 우리 민족이니) 송인의 후예인 공자는 우리 민족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이 만들었으니) 논어 내용이 좋은 것이다. 한자도 실은 우리가 만들었다. 한자의 뿌리는 갑골문(甲骨文) 아닌가? 갑골문(甲骨文) 누가 만들었나? 은나라 아닌가? 중국 북방에 적(狄), 남에 묘(苗), 서에 강(羌), 동에 이(夷)가 있었는데, 묘(苗)와 적(狄)은 별 볼일 없고, 주로 강(羌)과 이(夷)가 패권을 다투었다. 강(羌)은 공공(公共)씨고, 이(夷)는 치우(蚩尤) 천왕이다. 공공(公共)이 치우(蚩尤)에게 줄기차게 덤비지만 계속 깨지지 않았느냐? 공공(公共)의 후예는 척박한 곳에 살아서 지금도 꾀죄죄한데, 치우(蚩尤)의 후손은 비옥한 땅에서 잘 먹고 잘 살아 번듯하다. (그러니 이 양반은 우리가 치우(蚩尤)의 후손임을 확신하는 듯) 치우 시대 그러니까 4,000 년 전에 벌써 우린 청동기와 철기를 썼어요. 이(夷)가 뭐냐? 대궁(大弓) 아냐? 우린 활 잘 쏘던 폼 나던 사람들이었어. 지금 말에요, 중국에서 고대 발굴 유물 엄청 쏟아져 나오는데 얘들이 발표를 안하고 그냥 덮어 둬요. 왜냐? 그거 전부 동이와 관계 되는 거라 꺼내 놓고 이야기를 못할 지경이거든. 우린 기마 민족이다. 동시에 우린 농경민이다. 때놈(=되놈)들 겪어 보면 정말 갑갑합니다. 해경에 도끼 들고 덤비는 거 우연이 아니죠. 걔들 평소에 하는 행동이 딱 그런 식이다. 등등 운운..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식민사관(植民史觀)이 골수에 박힌 나로서는 참 감당하기 힘들다. 어지럽다. 휴우…. 송(宋)이 은(殷)의 후예라는 것은 틀림없다. 그건 책에도 써 있다. ======================== 이하동서설(夷夏東西說) ======================== 그러나 은(殷)이 동이(東夷)라는 것은 아무래도 이하동서설(夷夏東西說)에 뿌리를 둔 것 같은데, 20세기 초 부사년(傅斯年)이 이하동서설(夷夏東西說)을 발표하며 잠깐 재미 좀 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폐기된 이론인데 이걸 가지고 그렇게 신기한 듯 열 받고 그러나? ========================= 이(夷)가 대궁(大弓)이라고? ========================= 보통 그렇게들 알고 있지만 아니라는 설도 만만치 않다. 확신할 만한 해석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활 쏘면 다 폼 나나? 원시 사회로 가면 활은 다 잘 쏜다. ========== 동이(東夷) ========== (가정으로) 은(殷)이 동이(東夷)라고 하자. 그런데 그 동이가 우리 동이와 같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동이는 우리가 다 ‘도리’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러다가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라고 당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 공자가 강(羌)이던 적(狄)이던 무슨 상관인가? ============================================ 공자의 DNA 조상이 강(羌)이던 적(狄)이던 묘(苗)던 공공(公共)이던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인가? 그 가르침이 중요하지, 유대인이면 어떻고, 반투 족이면 어떻고, 쪽바리면 또 어떠하리? 전에 ‘도올 걔 한참 우습다’는 동양학 교수의 논어 해설 책을 읽었는데, 거기도 공자=동이족=따라서 우리 민족 등식에 대단히 비중을 두고 있었다. 책도 두꺼워 거의 7,8백 페이지 가량 되는 거, 확 버릴 까 하다가 돈 아까워 참았는데, 이쪽 고전 한문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소리가 유행인가? ========================================== 우린 어쩌다 한자(漢字)를 잊어 버렸을까? ========================================== 원은 우리가 한자(漢字)를 만들었다면서, 왜 우린 중국인들로부터 다시 배워야만 했을까? 왜 한자의 발음은 죄 중국어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공자도 우리 민족, 한자도 우리 글인데, 왜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의 어순(語順)은 우리말과 완전히 다를까? 논어에 쓰인 고전 한문 문법은 영어에 가깝지, 우리 문법은 아니잖은가? 으음 이 부분은 공자는 논어를 직접 지은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나중에 편집했다니 그럴 수 있는데 그럼 공자는 왜 동이족 제자는 하나도 두지 않았을까? 치우(蚩尤) 때 벌써 청동기, 철기를 썼다면서, 왜 우린 역대로 중국에서 선진 문물을 받아 들여야만 했을까? ============================================== 중국은 정말 출토되는 고대 유물을 숨기고 있을까? ============================================= 유목민이 있어 보일 땐 유목민이고 농경으로 풀어야 할 땐 농경민이다 하는 거,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이 사람 한문 실력은 나보다 나은 것이야 확실하지만, 저런 식의 노가리 푸는 사람한테 과연 뭘 배울 게 있을까? 내내 공짜 시범 강의 잘 듣다가, 이번에 쪈 좀 내고 들어 볼까 한 게 하필 이러니… 지금 수업료 돌려 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그러겠지?
	2012-07-04 16:19:53 / 222.107.9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