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龍樵夫

바티칸 비밀문서 공개? 그럼 위조문서는?

첨부화일1 :

콘스탄틴의 증여-13c-콰트로산티코로나교회.JPG (152662 Bytes)

	바티칸 교황청의 문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http://news.donga.com/Culture/3/07/20120301/44432260/1 ….바티칸 교황청 서고에 수세기 동안 보관돼 있던 귀중한 자료들이 2월 29일 사상 최초로 대중에 공개됐다…. …. 로마 카피톨리노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는 바티칸 서고에 저장돼 있던 문서를 직접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평가되며, 9월 9일까지 계속된다.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로마가 옆 동네라면 가 보겠지만, 말만 듣고 있어야지 뭐. 그 동안 비밀로 했던 문서도 일부 공개되는 모양인데, 비밀문서는 뭐 그렇다지만, 위조문서는 어떻게 하는지? ========== 위조 문서 ==========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고, 진짜 있는 곳에 짝퉁 있기 마련이니, 문서 위조의 역사는 문서가 생긴 그 날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속세는 말할 것도 없고 성스러운 문서의 위조도 결코 만만치 않다. 우리 조상들이 하늘같이 떠 받들던 유교 경전에 위작(僞作)이 상당수 들어 있다는 것은 청나라 때 고증학파(考證學派)들이 밝힌 바 있다. 또한 대승 불교의 경전들이 비불설(非佛說)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뭐 비불설(非佛說)이라도 장구한 세월 교단에서 갈고 닦아 부처님 말씀이나 마찬가지라지만, 부처님 말씀 아닌 것을 마치 부처님이 말씀했던 것처럼 서술해 나가는 그 형식은 ‘짝퉁’이 틀림없지 않은가? 구약(舊約)이 실은 여러 갈래로 내려오던 전승을 어느 시기에 ‘편집’하여 성립했다는 것은 (이단(異端)이 아니라) 성경 학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편집’이라면 일점일획(一點一劃)도 고치지 못하는, 그런 건 아니지 않을까? =============== 수위권(首位權) ================ 서양 중세에 교황들은 세속 군주에게 왕관을 씌워 줬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이 서기 800년 프랑크 왕국의 ‘샤를 마뉴’에게 (우리 때 세계사 교과서에는 영어 식 발음으로 촬스 대제로 나왔다) 교황 레오 3세가 서로마제국 황제의 관을 씌운 일이다. 서로마는 서기 476년 게르만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게 망했으니 서기 800년이면 그 324년 후가 되는데, 왜 망한 나라 서로마의 황제의 관이 나오고 그랬을까? 서로마는 망했지만 동로마는 남아 있고, 또 로마가 워낙 장구한 세월 동안 지배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국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언젠가는 부활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군주에게 ‘당신이 바로 로마 황제요’ 하고 부르는 일은 최고의 찬사(아부)였다. 바로 이 때문에 중세 천년 동안 신성로마제국이 존재해 왔고, 독일 군주들은 이 ()허구의 제국의 황제가 되는데 온갖 정력을 다 쏟았다. ()신성로마제국의 정체에 대하여는 볼테르가 다음과 같이 갈파한 바 있다. ‘신성로마제국은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적이지도 않으며, 제국도 아니다!’ 다시 서기 800년, 프랑크 왕국은 오늘날 서유럽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메로빙’에서 ‘카롤링’ 왕조로 교체하면서 그 왕위 계승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고, 로마 교황청은 입은 살았지만 무력이 없었다. 이 양자의 필요로 교황이 ‘샤를 마뉴’에게 서로마제국 황제의 관을 씌웠으니, 교황은 립서비스 만으로 강대한 무력을 업게 된 것이다. 이후 강한 개성을 가진 교황들이 나오면서 세속 군주에 대하여 교황은 점차 우위를 차지해 나가다가, 마침내 교황 그레고리 7세가 독일 황제 하린리히 4세를 파문하자, 하인리히가 이탈리아 북부 카노싸 성밖 눈보라 속 에서 교황의 용서를 비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교황의 권리, 권위를 수위권(首位權)이라고 하는데 =================================== 왜 그래야만 되는지? 왜 그래도 되는지? ==================================== 신학적 논리 전개가 있지만, 내 잘 모를 뿐 아니라 관심 자체가 없다. 다만 그 세속적 근거는 ‘콘스탄틴의 증여문서’ 라는 것에 있었다. ==================== 콘스탄틴의 증여문서 ==================== 서기 306년 콘스탄틴이 로마 황제가 되었다. 콘스탄틴은 그 어머니가 기독교도고, 또 황제에 오르기 위하여 경쟁자를 무찌를 때 천사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도 있다. 정말 그랬는지, 저무는 제국을 다시 일으키는데 기독교의 활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인지, 313년 콘스탄틴은 밀라노에서 칙령을 내려 기독교를 공인(Authorize) 하는데, 이것이 서양사에서 유명한 밀라노 칙령(Milan Edict)이다. 이쯤 되니 기독교에서는 콘스탄틴을 성자(聖者) 취급하지만, 콘스탄틴의 인간성은 비열했다. 기독교 개종도 마음에서 우러나서 한 것이 아니라는 설이 있다. 콘스탄틴에 대한 이런 저런 일화를 듣고 나면 이런 인간하고는 같이 술 한잔은커녕 근처에 가고 싶지도 않다는 기분이 들지만, 역사를 보면 또 이런 인간들이 정치는 곧잘 해 온 면이 있다. 어쨌던 그의 시대에 기독교는 로마 제국을 지배하는 가르침이 된다. 또 니케아의 종교회의를 통하여 기독교 교회는 조직과 교리를 정비하였다. 이 콘스탄틴이 문둥병에 걸렸고, 330년 교황의 세례로 치유되자 교황에게 이런 저런 재산과 권리 및 최고권을 기증하는 문서를 준 바 그것이 바로 콘스탄틴의 증여문서 라는 것으로, 서양 중세 내내 교황 수위권의 문서적 근거였다. 그림: 콘스탄틴의 증여, 13세기, 콰트로산티코로나 교회 ========================================================= 그런데 이 콘스탄틴의 증여문서가 실은 가짜-짝퉁이라는 것이다. ========================================================== 문서가 허위임을 밝혀 내는 일은 논리적으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고, 오히려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전쟁 때 작성했다는 문서에 달 착륙 이야기가 나오면 그건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달 착륙은 1969년이니 1950-53년 사이에 일어난 한국 전쟁 이야기에 나올 수가 없지 않은가? 청나라 고증학파들이 유교 경전의 위서(僞書) 여부를 밝힌 것도 이런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일하는데 꼭 머리가 좋을 필요는 없고 누구나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되는 ‘노가다’ 일이라는 뜻이다. 콘스탄틴의 증여문서가 허위임을 밝혀 낸 것은 르네상스 때 이탈리아의 언어학자 로렌초 발레 (Valla, Lorenzo, 1407~1457)인데 그가 쓴 방법도 마찬가지다. 곧 증여 문서에 나타난 신약성서 구절은 불가타 성경에서 나왔는데 불가타 성경을 번역한 성 히에로니무스는 (영어식 발음 제롬) 콘스탄틴이 문서에 서명한 지 약 20년이나 지나서야 태어났다는 사실. (곧 콘스탄틴 당시에는 불가타 성경은 있지도 않았다는 사실) 불가타 성경에 쓰인 피그 라틴어는 8세기가 되어서야 사용한 언어로 4세기 콘스탄틴 당시에는 고전 라틴어만을 사용했다는 사실. 또한 콘스탄틴 시대에는 대관식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다는 사실 등등 샤를마뉴 대관식이래 약 7백 년 동안 교회가 세속의 군주들에게 왕관을 씌워 주는 근거 문서가 실은 가짜임을 명백하게 밝혀 냈던 것이다. 이번에 바티칸에서 비밀문서는 공개하는 모양이지만 이런 짝퉁 문서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2012-03-07 18:29:28 / 222.107.9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