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龍樵夫

월남 돈 속의 호(胡)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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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남 돈의 단위는 ‘동’이다. 한자로 銅이니 그 옛날 구리 동전에서 나온 말이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 시대 구리 동전도 있었지만, 주로 쌀과 포목(布木)이 화폐의 역할을 대신하였으나, 월남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 보다는 화폐 유통이 활발했던 것 같다. 그런데 수십 년 전쟁을 겪으며 인플레가 심했는지 월남 동(銅)의 액면에는 0 이 여럿 붙어 있다. 미화 100 불을 바꾸면 210만 ‘동’ 남짓을 준다. 암시장-‘야메’에서 얼마 더 주지만 큰 차이는 없다. 내 있는 곳에서는 주로 금은방에서 바꾸는데 어제는 단속이 시작되었는지 은행으로 가라며 몸을 사린다. 그러다 잠잠해 지면 또 영업(?) 계속하겠지. 세상 이치는 어디나 같다. 처음에 100만 동, 10만 동 하면 그 숫자에 질리지만 실은 몇 푼 안 된다. 엊그제 밤에 길거리에서 귤을 샀다. 여기 귤은 알은 작지만 신맛 하나 없이 아주 달콤하다. 꼭지와 그에 붙은 잎이 파랗게 붙어 있는 채로 판다. ‘에머이’가 비닐 봉지에 주섬주섬 담아 나가는 걸 보다가, 그 정도면 되었다 싶을 때 중지시키고 값을 물으니 계산기에 32 를 친다. 여긴 뒤에 0 은 대충 생략하고 말한다. 워낙 많이 붙으니까 그걸 다 찍거나 또 읽자면 정신이 없다. (‘에머이’의 사용 예를 보면 우리가 업소에서 아줌마, 이모, 언니야 또는 아가씨 하고 부를 때와 거의 같은 것 같다.) 32? 3200 동을 건네 주니 마구 꺆꺅거리다가, 마침내 품에서 자기 돈 1만 동 짜리 석장을 꺼내 흔든다. 아…32는 32,000 동인 것이다. 32,000 동이라야 1,600 원이니 물가가 싸다지만 그 정도 되어야 하고, 3,200 동-우리 돈 160원은 당최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이론과 달리 돈 가치의 감이 잡히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돈의 종류 월남 종이 돈에는 50만, 20만, 10만, 5만, 2만, 1만, 5천, 2천, 1천, 5백 ‘동’이 있다. 나누기 20하면 대강 우리 돈 가치다. 우리 돈은? 지폐만 따지면 5만, 1만, 5천, 1천 네 가지 아닌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대략 이 정도 일 것 같다. 월남 지폐는 그 가짓수가 좀 많다 하는 기분이 든다. 20만, 2만, 2천은 생략해도 좋지 않을까? 동전은, 난 만질 일이 없지만, 500 동, 100 동이 있다. 100 동이면 우리 돈 5원이니 재료는 고사하고 찍는 값도 안 되겠다. 가치가 낮아 그런지 돈 정말 지저분하게 쓴다. 50만 동, 10만 동은 그래도 낫고, 그 외는 거스름을 다 받기 싫을 정도다. 돈 속의 호(胡) 아저씨 우리나라에서는 지폐를 새로 낼 때 마다 누구를 넣을 것인가를 두고 참으로 말이 많다. 박정희 정권 때 석굴암 본존불을 넣으려다가 개신교에서 결사 반대하고 나오는 바람에 혼만 났다. 그에 비해 세종대왕, 퇴계, 율곡 선생은 큰 반대가 없었던 듯 하다. 여자 대표로 신사임당을 골랐더니, 신사임당이 실은 어쨌다, 신사임당 얼굴이 어찌 기생 같다는 둥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백범(白凡) 선생을 두고는 아주 말이 많다. 백범 싫어하는 무리가 원체 많으니만큼. 그런데 월남은 아주 간단하다. 액면가에 관계없이 호찌민-호(胡) 아저씨로 통일되어 있다. 이렇게 한 인물로 통일한 것도 좀 특이한 일 아닌가 한다. 이곳에서 절을 몇 군데 다녀 보았는데 하나 같이 법당 한 쪽에 호찌민 초상이 있다. 호(胡) 아저씨는 기어코 부처가 되어 버린 것일까? 호찌민 숭배의 시작은 공산당 당국에서 강제가 있었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이곳 사람들이 호(胡) 아저씨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에서 모택동을 떠받드는 것 보다 정도가 훨씬 심하지 않나 한다.
	2011-11-29 15:40:28 / 113.163.202.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