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龍樵夫

금원(金員)

	금원(金員)과 아도물(阿堵物) 티브이를 보다 보니 경찰청 수사과장 인가 하는 양반이 나와서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 중간 발표를 하는데, “..으로 금원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되어..” 라는 대목이 있다. 금원이라…. 뭐 저런 말을 쓰는 사람…아니 조직이 아직도 있다니. 시험 삼아 식구들에게 ‘금원이 뭔지 아냐?’ 하고 물어 보았다. 아들 놈은 당연히 모르고, 아내도, 어머니도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한다. 이때 ‘금원’은 한자로 ‘金員’으로 쓰는데, 곧 ‘돈’을 말한다. 아도물(阿堵物) 옛날 고명한 사대부, 귀족들은 돈같이 천(賤)한(?) 걸 입에 담기 싫어했다. 중국 역사에서 동진(東晉)시대. 대략 4-5세기 경으로 화북(華北)을 유목민-오호십육국(五胡十六國)에게 내어 주고, 한족(漢族)의 왕조는 양자강 유역으로 쫓겨 와 있을 시절이다.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귀족들은 양자강 일대-강남(江南)의 높은 생산력으로 엄청난 부(富)를 누렸다. 매일 실컷 마시고 먹고 즐겼으나, 현실 정치 이야기는 꺼렸으며, 돈과 재물을 화제로 삼는 것을 비루하게 여겼다. 때에 왕이보(王夷甫)라는 사람이 있어 돈이란 말을 평생 입에 담지 않았다. 왕(王)의 아내는 그런 남편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남편이 잠든 사이 종을 시켜 돈을 침상 둘레에 가득 쌓아 놓았다. 왕이보가 잠에서 깨니 돈을 밟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왕이보는 여종을 불러 말했다. “어서 이 물건을 모두 치우도록 하라(擧却阿堵物).” 아도물(阿堵物)을 우리 말로 번역하면 이 물건, 영어로는 this things 정도 되겠다. 동진 귀족 왕이보는 돈이란 말을 결코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이다. 이후로 중국에서 아도물(阿堵物)은 돈의 별칭이 되었다. 21세기 대한민국 경찰이 그 옛날 동진(東晉)시대 귀족 흉내라도 내는 것인가? 금원이든, 아도물이든, 쐬푼이든, 주체를 못해 더러 밭에 묻는 한이 있더라도 많이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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