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龍樵夫

성(聖) 월요일 (Saint Monday)

	성 ! 요거 한글만 적어 놓으면 혹 性을 떠올릴까 보아 한자를 덧붙였다. 성(聖)-Saint 가 붙었다고 해서 무슨 교회 관련 이야기는 아니다. 요즈음 영국사 책을 잠깐 읽다 보니 성 월요일 이야기가 나온다. 성(聖) 월요일 (Saint Monday)이란 영국에서 17세기경에 나타났다가 대략 19세기 말쯤 사라진 현상이다. 17세기면 본격적 산업혁명은 일어나기 전이지만, 소규모 공장제 수공업이 성(盛)할 때다. 서양에서는 급여를 매주 토요일에 주는 것이 관례다. 토요일에 받은 급여는 월요일까지 얼마간 남아 있기 마련이다. 노동자들은 주머니에 돈도 있고, 주말에 장만한 음식도 남아 있으니 굳이 작업장에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또 일하러 가고 싶어도 원체 마셔 놔서 갈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별 오락이 없던 시절, 진탕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樂)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한국 남자만 죽을 동 살 동 마시는 것은 아니다. 월요일에 나타나지 않는 노동자가 많다 보니 아예 월요일에 문을 닫는 공장도 꽤 있었던 모양이다. 이 관습이 당시 사회에 얼마나 미만(彌滿)했던지, 벤저민 프링클린 (1706-1790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 자서전에도, 어려서 런던 인쇄소 견습공 할 때 성월요일에도 결코 일 빼먹지 않았노라고 (그 정도로 착실했노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I never making a Saint Monday… 이렇게 월요일 제치는 것을 성 월요일-Saint Monday 라고 불렀으니, 정규 영어가 아니라 속어(俗語)다. Saint Monday : (informal) (in Victorian England) The supposed holiday observed on a Monday morning by well-paid artisans who had been drinking etc the previous day. 이제 19세기가 되어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대규모 공장들이 나타난다. 이때 공장주의 골치거리 중 하나가 과연 몇 명의 노동자들이 월요일에 작업장에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근대 산업사회 공장에서는 노동규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산업자본가들은 어떻게든 ‘성 월요일’을 없애려 하는데, 노동자들은 이미 몇 백 년간 내려온 관습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오랜 관례를 없애는데 윽박지르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공장주 측이 내 놓은 당근이 토요일 반공휴일제였다. 또한 교회도 노동자들이 토요일 밤부터 마셔대다가 월요일까지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편으로 당근-토요일 반공휴제와 다른 한편으로 자본가들의 윽박과 교회-복음주의자들의 맹렬한 회유(?)가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산업화 과정 마다 교회의 축복(?)이 있었던 것이다. 때 마침 철도망이 전국적으로 확장되고 각종 레저가 보급된다. 이제 노동자들은 술에 절기 보다는 토요일 반공휴를 이용하여 하루짜리 기차여행이나 여가활동을 선호하게 된다. 이리하여 19세기 말이 되면 토요일 반공휴일제가 전 영국에 정착되고, 성월요일은 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나 어렸을 때는 토요일을 반공일(半空日)이라고 불렀는데, 알고 보니 19세기 영국에서 나온 제도다. 그러나 같은 노동자라도 좀 널널한 축, 곧 독불로 다니며 일하여, 자기 시간을 자기가 조정할 수 있는, 노동자 사이에서는 월요일 제치는 관습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 반성: 성 월요일 관습을 읽다가 내가 얼마나 인종차별적 인가를 깨달았다. ========================================================== 동남아시아나 우리보다 좀 못사는 나라에 가서 공장 하다 보면 골치거리 중 하나가 급여 받은 다음날 결근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급여 주지 않을 수도 없고. 이런 경우 (나 포함) 우리 한국인은 보통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여간 이것들이 게을러 가지고는.... 주머니 돈 몇 푼만 있으면 당최 일 하려 들지를 않는다니까. 쯧쯧. 그런데 알고 보니 선진국이라는 그 영국에서도 한때 그랬다는 것 아닌가? 인간은 결국 마찬가지다. 인간이 원래부터 ‘산업전사로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역사적 과정 곧 문화/학습-후천적 교육에 의하여 그리 진화(?)한 것뿐이다. 성 월요일은 산업 사회로 바뀌는 과정이면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민족성, 국민성부터 들치고 그러는 것 아니다.
	2011-03-31 09:37:27 / 211.54.9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