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龍樵夫

청(淸)생긴지 100년후에도 명(明)에 조공(朝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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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리크스 폭로 중, 2009년 12월 21일, 주한 중국대사와 정무참사관이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나눈 대화가 들어 있다고 한다.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관 정무 참사관은, 북한의 시대착오적 행태가 한국(Korea)의 역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나라가 명나라를 대체한 지 100년이 지난 뒤에도 한국(조선)은 명나라 왕실에 조공을 보내고, 명나라의 풍습과 전통을 고수했다"며 "작은 나라인 한국은 '변화에 굴복하면 망한다'는 공포 때문에 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때 움츠러든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험담이지만 그 과정에서 Korea-우리 한국사가 싸잡아 욕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어떤 독자가 댓글을 다음과 같이 붙여 놓았다. …..자국의 역사도 모르는 무식한자가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인지 아니면 한국을 폄하하기 위한 발언인지 모르지만 자고로 역사를 모두가 바르게 알 필요가 있읍니다. 부패로 명이 멸망 후 100년 후라면 청의 안정적인 통치 시인 건륭시대인데 어떻게 명에 조공을 바친다는 이야기인지 당사자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청 건국 후 100년 후면 명(明)나라는 당연히 없고, 그러니 조선이 조공 보내고 싶어도 보낼 데가 없었다. 그러나 조공이 아니라 숭명(崇明) 사상이라면, 명 멸망 후 100 년이 아니라, 200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중국대사관 진해(陳海) 정무참사관은 이걸 말한 것일 게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이 역사학자도 아니니 이해할 만 하고, 얼추 비슷하게 이야기 한 것이다. 조선은 명의 연호를 계속 썼다. 1637년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지금 잠실 삼전도에서 홍타이지-청태종에게 삼궤구고두 곧 무릅을 굽히고 머리를 땅에 찧어가며 항복했고 그 8년 뒤인 1644년 명나라는 망했다. 그 후 정부 공식 문서는 청의 연호를 써야 했지만 민간에서는 명의 연호를 계속 써 오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 첫 머리에 북경 가던 해를 후삼경자 (後三庚子)로 표시했다. 이 후삼경자 앞에는 숭정이 생략 되어 있다. 명의 마지막 연호는 숭정(崇禎)이다. 그 뒤로는 나라가 망했으니 연호가 있을 수 없으나, 숭정 후 곧 명나라 망한 후 세 번째 돌아 오는 경자(庚子)년 -후삼경자 (後三庚子)로 기년 표시를 했던 것이다. 연암은 이어 후삼경자로 연도 표시를 한 이유를 덧붙여 놓았다. 무엇 때문에 ‘후’란 말을 썼을까. 숭정(崇禎) 기원(紀元)의 뒤를 말함이다. 무엇 때문에 ‘삼경자’라 하였을까. 숭정 기원 뒤 세 돌을 맞이한 경자년을 말함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숭정’을 바로 쓰지 않았을까. 장차 강을 건너려니 이를 잠깐 피한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를 피했을까. 강을 건너면 곧 청인(淸人)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천하가 모두 청의 연호(年號)를 썼으매 감히 숭정을 일컫지 못함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그대로 ‘숭정’을 쓰고 있을까. 황명(皇明)은 중화인데 우리나라가 애초에 승인을 받은 상국인 까닭이다. 숭정 17년에 의종 열황제(毅宗烈皇帝)가 나라를 위하여 죽은 뒤 명이 망한 지 벌써 1백 30여 년이 경과되었거늘 어째서 지금까지 숭정의 연호를 쓰고 있을까. 청이 들어와 중국을 차지한 뒤에 선왕의 제도가 변해서 오랑캐가 되었으되 우리 동녘 수천 리는 강을 경계로 나라를 이룩하여 홀로 선왕의 제도를 지켰으니, 이는 명의 황실이 아직도 압록강 동쪽에 존재함을 말함이다. 우리의 힘이 비록 저 오랑캐를 쳐 몰아내고 중원(中原)을 숙청하여, 선왕의 옛 것을 광복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사람마다 모두 숭정의 연호(年號)라도 높여 중국을 보존하였던 것이다. 숭정 156년 계묘에 열상외사(洌上外史)는 쓰다. 후삼경자(後三庚子)’는 곧 우리 성상(聖上 정조(正祖)) 4년(1780) 청 건륭(淸乾隆) 45년 이다. 연암이 북경 가던 해 1780년은 명이 망한 1644년에서 100년이 아니라, 136년이나 지났음에도, 명의 연호를 쓴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연암 박지원이. 연암은 다 잘 알다시피 북학자(北學者)로서, 우리 조선이 청나라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오늘 날 우리 사회는 연암이야말로 선각자라고 되게 떠받든다. 그런 연암이 숭명사상이 옳다고 외친 것은 잘 접수하기 힘들 것이다. 연암은 당파적으로는 노론(老論) 명문가 출신이었다. 노론은 당시 집권당인데, 숭명사상은 노론만의 주장이 아니었다. 야당인 소론(少論)과 남인(南人)도 마찬가지였다. 조선 사대부들은 숭명(崇明)에 대해서는 요즘말로 초당적 대처를 한 셈이다. 조선 후기의 글을 읽어보면 그 예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나온다. 대보단(大報壇)과 사명대(思明臺) 숙종 때 창덕궁 후원 깊은 곳에 대보단(大報壇)을 세웠다. 사진: 동궐도(東闕圖) 중 대보단(大報壇) 이 대보단은 명나라 신종과 마지막 황제 의종-숭정제를 모시는 제단이었다. 청나라가 알면 큰 일 날테니, 위 지도와 같이 궁궐 깊숙히 세워 논 것이다. 대보단 세운 해는 1705년-삼전도 항복 후 68년, 명나라 망한 후 61년이 지난 때였다. 사진: 사명대(思明臺) 비석 위 비석은 필자의 고향 마을 어느 정자 뒷뜰 한 구석에 서 있다. 사명대(思明臺) 글씨 옆 연도 표시가 숭정삼신유(崇楨三辛酉)다. 숭정삼신유란 숭정제(명나라 마지막 황제) 이후 세 번 째 돌아오는 신유년이니 1801년-명 멸망 157년 후다. 사진: 대명동. 필자 고향 동네 입구에 서 있는 표석이다. 필자 고향 마을 이름은 대명동이 아니다. 어릴 때는 무심히 보아 넘겼지만, 정자의 사명대 비석과 연결해 생각하니 대명동이란 명나라 마을, 명나라를 생각하는 마을이란 뜻이다. 사명대 비석과 같은 해 세웠으니 명나라 망한 지 157년이 지났을 때였다. 사명대(思明臺)는 필자의 고향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있다. 우리 조상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작은 나라인 한국은 '변화에 굴복하면 망한다'는 공포 때문에 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때 움츠러든다? 주한 중국대사는 위와 같이 해석하였다. 그건 그 사람 생각이고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두려움이라면 청나라에 그렇게 혼나고 대보단을 세웠겠는가? 중화문명 (당시 조상들이 알던 유일한 문명)이 망한 뒤 이 세상에서 오직 남은 문명 세계는 (조상생각엔) 우리 조선뿐이었다. 따라서 비록 힘에는 굴복했지만 문명은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또 거기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지 않았나 한다. 전후관계를 모르는 오늘 날 우리 조상들 맛이 갔다고 생각하겠지만, 미친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나라를 다스릴 수가 있었겠는가? 그래도 결과를 놓고 보면 너무 정신없는 분들이 아니냐? 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날 미국 문명이야말로 세계 표준이고, 문화 발전을 오로지 자본주의 시장경제 편입된 정도로만 재려고 드는 뉴라이트인지 뭔지 하는 무리들은, 욕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대사가 이 조선 후기 사대부들과 오늘 날 북한을 비유한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중국대사는 북한이 변화를 두려워 한다고 해석했지만 나는 오늘 날 북한 지도부의 행태가 조선 후기 숭명사상에 젖었던 사대부들과 비슷하다고 본다. 대명(大明)이 망한 뒤 또는 사회주의 국가가 차례로 망한 뒤 조선이야말로 유일한 중화 또는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로 믿고 있는 것은 거의 닮은 꼴 아닌가? 변화를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이야말로 유일한 진정한 사회주의국가라고 믿는 데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한다. 할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남았지만 더 이상은 기운 달려서 풀지 못하고 이만 마친다.
	2011-01-05 14:09:38 / 211.54.90.131